우리의 선조들이 일찍부터 태교의 중요성을 알고, 그 가르침에 힘써 왔음은 여러 문헌을 통해 나타나 있다.
숙종 때의 학자였던 송시열은 <계녀서(戒女書)>에서 다음과 같이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인이 자식을 잉태했을 때, 음식을 조심해서 먹고 잠을 바르게 누워 자며 몸을 단정히 하면 아름다운 아기를 낳을 수 있다. 대개 자식은 그 어머니를 닳게 마련인데, l0개월 동안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아기가 어머니를 닳아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또 율곡 선생은 그의 나이 마흔 살 때 왕명을 받들어 <성학집요(聖學輯要)>를 편찬하였는데, <성학집요>의 <교자>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옛날부터 부녀자가 임신을 하면 옆으로 누워서 자지 않았고 비스듬히 앉지도 않았다. 또 한 발로 일어서지도 않았다 맛이 이상한 음식은 먹지도 않았고 생김새가 바르지 않은 것도 먹지 않았다. 이처럼 잠자는 것이나 앉는 것, 보는 것, 먹는 것 또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두 바르면 태어나는 아기의 모습이 바르고 용모가 단정하며 재주가 뛰어나다. "



율곡 선생의 이와 같은 기록은 그 어머니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은 일찍이 태교에 관한 중요성을 깨닫고 주자의 가르침대로 태교에 힘썼다고 한다.
영조의 어의로 있었던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오늘날까지 널리 알려진 의학 서적이다 이 책에 의하면 태교가 잘못되었을 때 아기에게 질병을 초래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머니가 무심히 행하는 행동들이 태아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수태 중에 어머니가 화를 내면 태아의 피가 병든다. 어머니가 두려워하면 태아의 정신이 병들고, 근심하면 기운이 병든다. 또 크게 놀라면 태아가 간질(癎疾)을 갖게 된다. "


대부분의 서적들이 태교에 관한 내용을 부분적으로 언급한데 비해, 태교의 모든 것을 엮은 책이 조선 영조 시대에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태교신기(胎敎新記)>는 사주당 이씨(師朱堂 李氏)가 쓴 책인데, 태교에 관한 전문 서적을 쓴 사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주당이 처음이어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이씨는 학식이 높고 덕행이 출중하며 글재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중국의 관계 문헌을 두루 섭렵한 데다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관찰한 것을 참고로 하여 태교에 관한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었다. 태교의 효과와 중요성에서부터 임신부의 몸가짐과 마음가짐, 음식물, 금기 사항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태교법을 일러 주고 있다.
<태교신기>는 원래 한문으로 쓰였으나 1966년에 <태교신기> 의역이 영인본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최근에는 한글판으로 번역되어 나와 있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사주당의 아들 유희는 <언문지(諺文誌)>의 저자로 당대에 잘 알려진 실학자인데, 이는 역시 사주당의 태교와 가르침의 덕으로 여겨지고 있다. <태교신기>에서 사주당 이씨가 언급한 태교의 중요성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아비 낳음과 어미 기름과 스승 가르침이 모두 한가지라 의술을 잘하는 자는 아직 병들지 아니함을 다스리고 가르치기 잘하는 자는 태어나기 전에 가르친다. 그러므로 스승의 10년 가르침이 어미가 잉태하여 l0달 기름만 같지 못하고 어미 10달 기름이 아비 하루 낳는 것만 같지 못하니라."


의술이 아무리 좋아도 병이 깊기 전이어야 치료할 수 있고, 아무리 좋은 스승에게 배워도 선천적으로 총명해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머니 뱃속에서의 10개월이 중요하다는 말을 현대인들이 얼마나 실감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선조들이 태교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알 수 있다.